
우 수 (遇 愁)
11월에 나리는 비는
너무나 서글퍼
운명인가?
숙명인가?
강산에 적막을 드리우고
아리리이~
가을 숲은 낙엽을 재촉하네.
촉박한 세월이 아쉬움에 애달파
찬연했던 푸르름 추억으로 새기며
마지막 잎 새까지 빨갛게 불태워
칠색 산천에 곤한 설음이 깔릴 때에
토해지는 오장육부의 갈색한숨을
더러는 노오란 단풍속에 감추고
발등에 빗방울로 떨어지는 침음.
두두둑 두둑 두두둑
바르르륵 바르르르~
11월에 나리는 비는
떨궈지는 낙엽을 서럽게 하네.
나무가 있어 낙엽이 있는 것을
고통보다 삶이 더 소중하여
낙엽은 딘 굴어 둥치에 쌓이는가?
빗속에도
앙상한 가지는
하늘을 향해 자비를 구하는가?
바삭바삭 걷는 발길
싸르르륵 싸르르륵
아리리이 아리리이~
내리는 빗소리는 서글픈 노래.
오늘도 목 메임 울컥 임 삼키며
비척 이는 아내의 손 꼭 부여잡고
비가 내리는 가을 숲에서 봄 길을 더듬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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