도서

삶이 나에게 가르쳐 준 것들(류시화 산문 집)

아자자자 2016. 4. 29. 19:36

 

 

집이 없는 자는 집을 그리워하고

집이 있는 자는 빈 들녘의 바람을 그리워 한다.

나 집을 떠나 길 위에 서서 생각하니

삶에서 잃은 것도 없고 얻은 것도 없다.

모든 것들이 빈 들녘의 바람처럼

세월을 몰고 다만 멀어져 갔다.

어떤 자는 울면서 웃을 날을 그리워 하고

웃는 자는 또 웃음 끝에 다가올 울음을 두려워 한다.

나 길가에 피어난 꽃에게 물어본다.

나는 무엇을 위해 살았으며 또 무엇을 위해 살지 않았음을

살아 있는 자는 죽음을 염려하고

죽어 가는 자는 더 살지 못했음을 아쉬워 한다.

자유가 없는 자는 자유를 그리워하고

어떤 나그네는 자유에 지쳐 길에서 쓸어진다.

 

--------류시화 산문 집에서--------